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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아틀리에 #3]"무게는 같은데 왜 하나는 가라앉을까?" – 5세 아이와 함께한 호일 배 부력 실험

by goodedu5 2026. 4. 2.

안녕하세요, 수학교사 엄마입니다. 😊

오늘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가장 흔한 재료인 '알루미늄 호일'로 재미있는 과학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지난번 진행했던 배 실험과도 관련된 '부력(Bouyancy)' 실험인데요, 어려운 과학 용어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물에 뜨는 힘'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으로 담아보았습니다.

1. 실험의 시작: 같은 무게, 다른 모양 (Provocation)

레지오 에밀리아에서는 교사가 아이에게 탐구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을 '제안(Provocation)'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아이에게 같은 크기의 호일 두 장과 바둑알 6개를 내밀었습니다.

 

호일을 활용한 부력 실험

  • 엄마의 제안: "ㅇㅇ아, 이 호일 두 장의 무게는 어떨까?"
  • 아이의 대답: "같아요!" (놀랍게도 아이는 크기가 같으면 무게도 같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수학교사 엄마 흐뭇! ㅎㅎ)

우리는 각 호일 위에 바둑알 3개씩을 똑같이 올렸습니다. (무게의 통제, 수학적 사고의 기초입니다.) 그리고 하나는 단단하게 뭉치고, 하나는 넓은 상자 모양의 배로 만들었습니다. 뭉친 호일은 가라앉고, 넓은 배 모양의 호일은 물에 뜨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데, 호일만의 무게로는 잘 가라앉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바둑알 3개를 추가해보았습니다. 

[아이의 예측]
"ㅇㅇ아, 이 두 개를 물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둘 다 무게가 같으니까, 둘 다 가라앉을 것 같아요!" (아주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2. 실험 결과: "어라? 왜 다를까?"

드디어 욕조 물속에 두 개의 호일을 넣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 뭉친 호일: 풍덩! 하고 순식간에 가라앉았습니다. 
  • 펼친 호일 배: 둥둥~ 하고 아주 안정적으로 떠 있습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 엄마의 질문: "ㅇㅇ아, 아까 무게가 같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하나는 가라앉고 하나는 뜰까?"
  • 아이의 대답: "뭉치면서 더 무거워졌을 수도 있어요!" 이 대답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는 지금 눈앞의 현상(가라앉음)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기존 지식(무게가 같으면 결과도 같아야 한다)을 수정하여 새로운 가설(모양이 바뀌면 무게도 바뀔 수 있다)을 세운 것이니까요. 5세 아이의 사고력,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3. 깊어지는 탐구: 면적과 부력의 관계

저는 아이와 함께 두 호일이 물과 닿는 '면적'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수학적으로 '넓이' 개념의 직관적 노출입니다.)

  • 엄마의 발문: "단단하게 뭉친 건 물이랑 닿는 부분이 아주 작지? 그런데 넓게 펼친 배는 물이랑 닿는 부분이 엄청 크잖아. 물이 배를 아래에서 위로 밀어주는 힘이 더 많아서 뜨는 거야."

다시 한번 물었지만, 아직 5세 아이에게 '부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 '놀라운 현상'을 경험하고 질문을 품게 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4. 뜻밖의 발견: 실패가 성공으로 변하는 순간!

이대로 실험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엉뚱하고도 멋진 시도를 했습니다.

가라앉아있던 단단한 호일 뭉치를 건져 올리더니, 물 위에 떠 있는 평평한 호일 배 위에 살포시 올린 것입니다! 

 

"우와! 엄마! 가라앉았던 게 배 위에 올라가니까 안 가라앉아요!" 

 

이 순간 아이는 엄청난 수학적/과학적 직관을 얻었습니다. "배의 모양이 가라앉는 물건까지도 뜨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은 것이죠. 가라앉았던 호일 뭉치의 무게를 호일 배가 대신 감당해 준다는 부력의 원리를, 아이는 놀이를 통해 가장 강력하게 배웠습니다.

 

✨ 마치며: 학습지 대신 욕조에서 배우는 수학과 과학

나중에는 실험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배 위에 바둑알을 누가 더 많이 올리나 시합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ㅎㅎ

중학교 수학교사인 저는 종종 부모님들께 말씀드립니다. "유아기의 수학과 과학은 학습지가 아니라, 욕조에서 호일을 만지며, 빨래를 개며 익히는 '직관'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욕조 물바다가 되었지만, 아이의 뇌에는 '면적', '무게의 불변성', '부력'이라는 보석 같은 개념들이 기분 좋은 추억과 함께 깊이 새겨졌을 것입니다.